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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북리 창고의 과일 씨앗은 무엇을 말할까

저장고의 구조와 씨앗, 도로·배수로에서 사비 왕궁의 보관과 공급을 읽습니다.

글 컬처스탭 · 자료 확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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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순서 3개의 단락
01

목곽과 씨앗

관북리유적의 저장시설에서는 참외와 다래, 복숭아와 살구, 수세미와 오이 등의 식물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백제세계유산센터는 특히 많은 참외 씨앗이 나왔으며, 저장시설이 주로 식물성 음식물을 보관하는 데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왕궁을 말해 주는 자료가 거대한 건물의 기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고 평범해 보이는 씨앗은 어떤 물자를 모았는지 알려주는, 건물의 크기와는 다른 종류의 증거입니다. 저장 공간의 기능을 읽으려면 용기나 벽뿐 아니라 그 안에 남은 내용물도 필요합니다.

확인된 시설에는 목곽고 다섯 기와 석실고 세 기, 구덩이 등이 있습니다. 그중 1호 목곽고는 약 8㎡의 길쭉한 사각형 구덩이를 파고 각목과 판목으로 안쪽 구조를 짜 맞춘 시설입니다. 목곽고라는 이름을 나무 창고의 지붕이나 외벽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땅을 파고 그 안에 목재를 맞춘 구조가 핵심입니다. 같은 유적 안에서도 나무를 사용한 저장고와 돌방 형태의 저장고가 함께 존재했습니다. 과일 씨앗과 목재로 짠 내부를 함께 놓으면, 관북리의 빈 구덩이는 무엇인가를 담고 관리했던 공간으로 바뀝니다.

참고 자료 [1]

02

왕실 공급이라는 해석

저장고가 발견됐다는 사실과 그것이 누구를 위한 시설이었는지는 다른 단계의 질문입니다. 소재윤의 2012년 연구는 백제 도성에서 확인된 길쭉한 사각형 지하식 창고를 비교했습니다. 풍납토성 경당지구 196호에서는 젓갈류를 보관한 시유도기가, 관북리의 목곽고에서는 많은 과일 씨앗이 나왔다는 차이에 주목합니다. 이 연구는 해당 시설을 전쟁·수해 때의 주민 지원이나 관리의 급료용 창고보다는 왕실 등 최상위 계층에 물자를 공급한 저장고로 해석했습니다. 내용물이 사용 대상을 좁히는 실마리가 된 것입니다.

연구자가 왕실창고와 국영창고를 구별한 것은 둘이 국가와 무관한 별개 제도라는 뜻이 아닙니다. 넓게 보면 왕실창고도 국가가 운영하는 창고에 포함되지만, 공급 목적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나눈 범주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창고’라는 한 이름만으로 그 안의 물자가 모두 같은 경로로 배분됐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관북리 씨앗의 의미도 백제 사람들이 과일을 먹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품목을 별도로 모았고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를 연구하게 합니다. 이는 출토품 비교에서 제안된 해석이며, 왕의 특정 식사 메뉴나 이 저장고를 담당한 관청 이름이 적힌 기록은 아닙니다.

참고 자료 [2]

03

주변 길과 물길

2018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의 조사 발표는 그때까지 관북리에서 확인한 건물터, 지하창고, 연못, 도로, 공방과 수로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 시설들은 성질이 다른 흙을 번갈아 쌓아 만든 대지에서 확인됐고, 배치 방향에도 일정한 규칙성이 있었습니다. 발표는 이를 도시계획에 따라 도성을 조성한 근거로 설명합니다. 새 조사 구역에 인접한 기존 구역에서도 도로와 목곽고, 배수로가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저장고 하나를 떼어 보는 것보다 주변 시설과 함께 읽을 이유입니다.

보관은 물자를 한곳에 멈춰 두는 행위이지만, 저장시설의 공간을 이해하려면 오가는 길도 생각해야 합니다. 물자가 도착하고 다시 나가는 동선과 시설 사이 관계를 묻는 것입니다. 도로는 이동을, 배수로는 물의 처리를 담당하므로 평면도에서 비슷한 긴 선으로 나타나더라도 맡은 역할은 다릅니다. 이를 나란히 살피면 창고의 바닥 면적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주변 환경이 보입니다.

관북리에서 씨앗은 보관한 물자를, 목곽은 담는 구조를, 주변 길과 물길은 저장시설이 놓인 도시의 짜임을 설명합니다. 이 세 가지를 함께 읽을 때 왕궁은 왕이 머무른 큰 건물에서, 필요한 물자를 모으고 나누는 일을 지속한 생활 공간으로 넓어집니다.

참고 자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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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과 연구자료

  1. 백제세계유산센터 — 관북리유적 저장시설 ↗https://new.baekje-heritage.or.kr/html/kr/bjheritage/bjheritage_010301.html
  2. 소재윤·국립문화유산연구원 — 백제 왕실(국영) 창고시설의 특징과 운영, 2012, 공개 초록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735602
  3.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관북리유적 조사 성과와 신규 조사구역 발표, 2018.11.12 ↗https://nrich.go.kr/buyeo/boardView.do?bbs_idx=40977&bbscd=33&menuIdx=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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