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 유물 읽기 · 약 4분 읽기
왕흥사지 사리기, 작은 병을 감싼 세 겹의 구조
청동합 안의 은호, 은호 안의 금병을 따라가면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받침과 이음부가 드러납니다. 봉안 기록과 제작 구조를 함께 읽습니다.
글 컬처스탭 · 자료 확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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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놓인 세 점의 원래 관계
왕흥사지 사리기를 나란히 놓은 사진에서는 크기와 색이 다른 용기 세 점을 보게 됩니다. 발굴기관의 조사 개요에 따르면 2007년 목탑지 심초석의 사리공에서 발견됐을 때에는 청동합 안에 은호가, 다시 그 안에 금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분리해 보여주는 것과 땅속에서 발견된 배치는 다릅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개별 유물 기록은 은호 내부에 금병을 놓는 둥근 받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운데 용기는 작은 병을 둘러싸는 벽이면서 그 병이 자리할 바닥도 갖춘 셈입니다. 바깥에서 가장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원통형 합, 부푼 항아리, 목이 좁은 병이 이어집니다. 세 용기는 크기만 다른 동일한 모양이 아닙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안과 밖을 한꺼번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포개진 상태에서는 가장 큰 합의 표면이 전체를 대표하지만, 펼쳐 놓으면 감춰졌던 두 용기의 윤곽과 지지 방식이 드러납니다. 분해 상태의 사진은 장식을 더 많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무엇을 둘러싸고 받치는지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매끈한 몸체에 남은 조립의 흔적
유물 기록에 따르면 금병은 몸체의 위아래를 나누어 만든 뒤 접합하고 굽을 붙였습니다. 은호도 목·몸체·바닥을 각각 제작해 이었습니다. 금병 안쪽에는 접합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완성된 윤곽이 매끄럽다고 해서 금속 한 덩어리를 통째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병의 좁은 목과 넓어지는 몸통을 한 선으로 따라가는 감상과, 제작 단위를 나누어 생각하는 감상은 같은 물건을 다르게 보게 합니다. 앞의 경우에는 곡선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뒤의 경우에는 서로 떨어져 있던 부분의 경계가 어디인지, 결합한 뒤에도 내부에 어떤 흔적이 남는지가 질문이 됩니다. 이음부는 완성도를 해치는 흠으로만 볼 자리가 아니라 제작 순서가 남은 자리입니다.
뚜껑 장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금병 손잡이 주변에는 여섯 꽃잎, 은호에는 여덟 연꽃잎이 표현됐습니다. 같은 연꽃 계열의 장식을 반복하면서도 수와 형태를 일치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세 겹을 한 벌로 보는 시선과 각 용기를 독립된 세공품으로 보는 시선이 모두 필요한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1]
용기의 바깥에 적힌 봉안의 이야기
청동합의 명문은 577년 백제 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해 탑 또는 사찰을 세운 일을 전합니다. 사리 두 매가 봉안 때 셋이 되었다는 내용도 새겼습니다. 이는 명문에 기록된 신앙의 서술입니다. 글을 담는 면이 가장 안쪽 금병이 아니라 외합에 있다는 점은, 무엇을 감싸고 무엇을 기록하는지 역할을 나누어 생각하게 합니다.
발굴기관은 심초석과 그 주변에서도 금·은 장신구와 구슬류 등 여러 공양품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용기 세 겹의 내부 구성과 구별해야 하는 출토 맥락입니다. 조사 개요는 이러한 물건이 목탑을 건립할 때 사리 공양 의식과 함께 묻혔을 것으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사리기의 범위를 넓혀 볼 때에도 두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세 용기의 안팎과 받침을 통해 물건 한 벌의 짜임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사리공과 주변 매납물의 위치를 통해 그 물건이 놓인 의식의 공간을 이해합니다. 금·은·청동이라는 재료 목록만으로는 그 관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작은 용기들을 각각 본 뒤 다시 포개어 생각할 때, 닫힌 구조 안에 정교하게 배치한 물건과 글의 관계가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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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과 연구자료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 지식이음 — 연구원 소장유물, 왕흥사지 사리기 ↗https://portal.nrich.go.kr/kor/collectRelicsUsrView.do?idx=56&menuIdx=1227
-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 국가유산 지식이음 — 부여 왕흥사지 조사 개요·성과 ↗https://portal.nrich.go.kr/kor/page.do?menuIdx=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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