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 유물 읽기 · 약 5분 읽기
돌 두 장, 네 면에 남은 왕릉의 시간
무령왕릉 지석의 이름과 연대, 땅을 산다는 문서, 비어 있는 줄을 함께 읽습니다. 왕과 왕비의 장례 기록이 다른 유물의 시간까지 밝혀주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글 컬처스탭 · 자료 확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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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이름보다 먼저 등장한 사마
무령왕릉 지석은 1971년 무덤이 발견될 때 함께 나온 돌 두 장입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금석문 해설은 그 기록이 무덤의 주인공을 입증하고 조성 시기를 밝히는 기준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금빛 장신구처럼 멀리서 시선을 끄는 유물은 아니지만, 다른 물건들의 이름과 시간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왕의 지석에는 사마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유물의 유명세 때문에 우리가 이미 무령왕의 것이라고 알고 읽는 상황과, 처음 발견된 글에서 누구인지 알아내야 하는 상황은 다릅니다. 지석을 볼 때 잠시 정답을 가리고 이름·나이·연도를 나타내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짧은 문장이 한 사람을 특정하는 자료가 되는 과정이 보입니다. 장식의 아름다움으로 감탄하게 하는 유물과 신원을 알려주어 주변 유물까지 바꾸어 읽게 하는 유물의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돌 두 장을 네 개의 화면으로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왕의 지석 앞면에는 여섯 줄의 글이, 뒷면에는 방위를 표시한 도형이 있습니다. 다른 돌에는 왕비의 기록과 매지문이 앞뒤로 새겨져 있습니다. 매지문은 무덤으로 쓸 땅을 샀다는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지석 두 장을 왕과 왕비의 이력서 두 개처럼만 생각하면 네 면의 서로 다른 역할을 놓치게 됩니다.
먼저 사진의 방향과 면 이름을 적어보세요. 글자가 여러 줄 있는 면인지, 둘레를 따라 표시가 있는 면인지부터 나누면 한자를 다 읽지 못해도 비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면·뒷면이라는 말은 안내를 위한 명칭이며 네 면이 모두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는 않습니다. 한 면씩 읽은 뒤 두 돌의 앞뒤를 다시 짝지어보면 사람이 죽고 장례를 준비하고 무덤에 안치하는 일들이 서로 다른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사망과 안장 사이에 놓인 시간
금석문 해설이 전하는 왕의 사망 연도는 523년, 안장 연도는 525년입니다. 왕비도 526년에 세상을 떠난 뒤 529년에 합장되었습니다. 사망 시점과 무덤에 모신 시점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을 지우고 한 날짜로만 기억하면 장례 과정의 중요한 특징을 놓칩니다.
두 사람의 시간을 나란히 놓되 하나의 행사처럼 합치지는 말아보세요. 왕이 안장된 뒤 왕비가 합장되기까지도 시간이 흐릅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왕의 장례 때 작성한 매지권의 다른 면에 훗날 왕비의 기록을 더 새긴 것으로 설명합니다. 같은 돌 안에 서로 다른 때의 기록이 겹친 셈입니다. 돌은 한순간의 사건을 고정한 표지이면서, 이후의 장례가 내용을 보탠 물건이기도 합니다. 문장의 날짜를 읽는 일과 물건이 사용된 순서를 읽는 일이 만납니다.
땅을 사는 문서가 무덤 안에 있는 까닭
매지문은 사마왕이 땅의 신에게 묘소로 쓸 토지를 산다는 내용을 담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해설에는 돈 1만 매가 언급됩니다. 오늘의 토지 매매계약을 그대로 옮긴 실제 부동산 거래 장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죽은 이가 머무를 공간을 마련하는 장례의 언어로 읽어야 합니다. 국가유산청도 이 자료를 당시 매장 풍습과 중국 남조와의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설명합니다.
무덤에는 신원을 알려주는 글과 공간을 확보하는 글이 함께 놓였습니다. 두 기록이 각각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이름과 연도는 사람의 삶과 죽음을 특정하고, 땅을 산다는 문서는 무덤 자리의 정당성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하나의 기록 안에 행정 문서처럼 보이는 형식과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함께 담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지석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빈 줄도 읽어야 하는 기록
왕비 기록이 있는 면에는 줄을 나눈 선이 열세 줄 마련되어 있지만 글은 네 줄에 새겨졌고 나머지는 비어 있습니다. 글씨만 옮겨 적은 해석문에서는 잘 느끼기 어려운 물건의 특징입니다. 공식 사진에서 글이 찬 자리와 빈 자리를 함께 보면 기록을 넣을 화면을 먼저 구성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빈칸의 이유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빈칸 자체는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지석의 연도는 함께 나온 장신구와 공예품의 시대를 검토할 때 기준이 됩니다. 다만 무덤에 들어간 시점이 곧 모든 물건을 만든 해는 아닙니다. 먼저 만들어 사용하던 물건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석은 다른 유물에 정확한 제작일을 일괄 부여하는 표가 아니라, 그 물건이 언제까지는 존재했는지 판단할 기준을 제공하는 기록입니다. 돌 표면의 한 줄이 왕릉 전체를 이해하는 데 어떤 힘을 갖는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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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과 연구자료
- 국가유산청 디지털 서비스 — 무령왕릉 지석의 형태와 구성 ↗https://digital.khs.go.kr/heri/heriDetail.do?ctptNo=1113401630000&ctptUid=13898859730728705517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 지식이음 — 무령왕릉 지석 금석문 해설 ↗https://portal.nrich.go.kr/kor/ksmUsrView.do?ksm_idx=2554&menuIdx=584,58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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